2023년 여름, 전 세계 과학계가 단숨에 뒤집혔었죠.
한국 연구진이 발표한 ‘LK-99’라는 이름의 물질이 ‘상온에서도 작동하는 초전도체’ 일 수 있다는 소식이 퍼지자, 학계는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흥분에 휩싸였습니다.
과학이 이렇게까지 대중적 관심을 받은 적이 있을까요? ‘상온 초전도체’는 포털 실시간 검색을 장악했고 세계 각국 연구소들과 대학에서는 앞다투어 재현 실험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그 열광의 끝에는 차가운 대중들의 시선만이 남았습니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떻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을지 초전도체 근황을 알아보겠습니다.
초전도체란 무엇인가? – 꿈의 물질에서 현실의 벽까지

(출처: SBS뉴스)
초전도체(superconductor)는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물질입니다.
이 말은 곧, 에너지 손실 없이 전류를 무한히 흐르게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초전도체의 발견
초전도체의 발견은 1911년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카메를 링 오너스(Kamerlingh Onnes)가 극저온 실험을 통해 수은의 전기 저항이 사라지는 현상을 관측하며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이 현상을 ‘초전도 현상(superconductivity)’이라 명명했고, 이를 계기로 인류는 전기 에너지의 손실이 0이 되는 새로운 물리 세계를 처음 발견해 내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온도’였습니다. 오너스가 실험을 진행한 온도는 약 -269°C에 가까운 환경이었습니다. 이후에도 수많은 과학자들이 새로운 초전도체 물질을 발견했지만, 대부분의 초전도체는 절대온도 근처인 -200°C 이하에서만 작동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상온 초전도체, 즉, ‘실온에서도 작동하는 초전도체’는 수십 년간 과학계의 ‘꿈의 물질’로 불려왔습니다.
학계가 발칵 뒤집히다
(출처: 긱블 Geekble)
2023년 여름, 한국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진이 ‘LK-99’가 실온에서도 작동하는 상온 초전도체일 수 있따고 발표하며 전 세계 과학계가 크게 술렁였습니다.
이석배, 김지훈 연구팀은 구리를 도핑한 납인산염 화합물에서 127℃ 조건에서 초전도 현상을 관측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가 공개되자마자 국내외 과학계는 물론, 일반 대중과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뜨겁게 반응했습니다. 특히 연구진이 공개한 실험 영상 속 시료가 자석 위에서 떠오르는 듯한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전 세계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인류 기술의 판도를 바꿀 발견이라는 기대가 쏟아졌습니다.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 ‘LK-99’
MIT 대, 베이징대, 인도 과학원 등 주요 연구기관들이 즉각 재현 실험에 착수했습니다.
각국 연구팀이 동일한 조건으로 LK-99 시료를 합성에 나섰으나, 논문에서 언급된 ‘전기 저항 0’ 현상이나 마이스너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실험 결과, 이 현상은 불균일한 자성 즉, 자석처럼 일부 영역에만 자성이 불균일하게 분포하는 특성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쉽게 말해서 시료가 자석처럼 움직였던 것이지, 전류가 손실 없이 흐르는 초전도체의 특징을 보인 건 아닌 것이었죠. 국내 초전도저온 학회에서도 마찬가지로 해당 시료를 초전도체로 단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지적했습니다.
결국 2024년 초, 국제 학계에서는 LK-99가 초전도체로 오인된 자성 물질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고,
한때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상온 초전도체 열풍’은 빠르게 진정되었습니다.
멈추지 않는 연구 – 새로운 후보 물질 등장

(출처: 디지털 투데이)
2023년 LK-99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만들었다고 주장한 국내 연구진은, 2024년 3월 4일 미국에서 ‘PCPOSOS’라는 새로운 물질을 공개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다시 한번 진짜 초전도체의 등장인가 하는 기대 속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었지만, 과학계의 반응은 다소 냉담했습니다.
그 이유는 PCPOSOS에 관한 동영상만 공개되었을 뿐, 실험 데이터나 구체적인 연구 자료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물질의 실물 역시 공개되지 않아, 검증 불가능하다는 점이 비판을 키웠습니다. 또한 PCPOSOS는 제3의 공식적인 검증 기관의 평가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과학계의 전반적인 입장이었습니다.
새로운 물질 ‘PCPOSOS’ – 국내 연구진들의 반응은?
국내 연구진들의 반응도 회의적이긴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이유는 PCPOSOS를 초전도체라고 볼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2023년 초전도저온 학회에서 LK-99 검증위원장을 맡았던 김창영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역시 이번 발표에서는 새로운 연구 데이터가 제시되지 않았다 지적하였습니다. 또한 발표 내용 전반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연구진은 미국에서 공개한 PCPOSOS라는 물질에 ‘황(S)’을 추가하여 초전도체를 구현했다고 주장했지만, 그러나 황이 첨가된 이후의 조성 변화나 구조 분석 데이터와 같은 핵심 자료가 전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즉, 황이 초전도 현상을 유도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 이것이 국내 연구진이 해당 발표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평가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초전도체 밈 – 과학이 밈이 된 순간
(출처:14F 일사에프)
LK-99 사건은 단순한 과학 이슈를 넘어서서 인터넷 밈(meme)으로 확산된 보기 드문 사례입니다.
X(구 트위터), 레딧, 유튜브, 에브리 타임(대학 커뮤니티) 등에서는 ‘떠오르는 돌’이라는 별명으로 초전도체 영상들이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사람들은 초전도체를 대한민국 애국가에 넣어야 한다는 글부터, 더 이상 에디슨이 대단한 과학자라 불릴 수 없다며 그 자리를 초전도체 연구원 ‘이석배’가 차지해야 한다는 등 유머성 글들로 복잡하고 과학적인 개념을 대중이 이해하고 즐기는 방식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과학이 밈으로써 대중화가 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사례로, 초전도체 밈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서 과학과 대중의 거리를 좁힌 하나의 문화적인 사건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현시점 상온 초전도체 근황

(출처: SBS 뉴스)
그렇다면 2025년 현재 상온 초전도체 근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아직까지 상온 상압에서 완전하게 작동하는 초전도체는 공식적으로 검증된 사례가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 2년간의 연구 과정에서 축적된 실험 데이터와 시도들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이 연구들은 초전도 현상을 일으키는 결정 구조와 전자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깊게 만들었고, 차세대 에너지 소재 및 양자 기술 개발의 핵심 토대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최근 국내외 여러 과학 매체와 학술지를 통해 전해진 상온 초전도체 근황을 살펴보면, LK-99 이후에도 유사한 결정 구조를 가진 새로운 후보 물질을 합성하거나, 기존 금속 산화물의 전자 구조를 변형시켜 초전도 특성을 강화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상온 초전도체를 향한 도전은 멈추지 않았으며, 실패 속에서도 연구진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마치며 – 초전도체는 더이상 단순 과학적 논쟁이 아니다

(출처: 경향신문)
이러한 과학적인 논쟁들이 이제는 실험실을 넘어 대중문화와 온라인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초전도체 밈’이 퍼지며 더 많은 사람들이 과학 뉴스를 스스로 찾아보고, 연구자들이 SNS를 통해 직접 설명하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즉 초전도체는 단순히 실험의 결과만을 의미하지 않고 그 속에서 과학적 도전, 대중의 호기심, 그리고 기술과 문화가 맞닿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LK-99는 실패로 끝났지만, 남긴 것은 실망이 아닌 지속적인 과학적 물음과 탐구의 불씨입니다.
다음 초전도체는 과연 어디서 어떻게 우리에게 등장하게 될 것인지가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입니다.


